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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몹쓸 귀신들아! 나를 잡아~어어어 갈려거든~”
13일 제34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소리꾼 민은경(44)씨가 애절한 귀곡성(鬼哭聲)을 쏟아냈다. 춘향가 중 초경이경 대목에서 옥중에 갇힌 춘향이가 절망에 찬 나머지 주변 소리를 귀신 소리로 착각한 순간을 재현한 것. 마치 혼자만 산소통을 찬 듯, 감탄스러울 정도의 긴 호흡을 쏟아낸 민씨의 소리 기량을 예향 광주에서 몰려든 귀명창들은 단번에 알아챘다. 심사위원 7명 중 6명이 만.에 가까운 ‘99.’(평균 .수 99.)을 줬을 때, 객석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최고다!” 소리가 쏟아졌다.
민씨는 이날 관객들 사이에서 “효녀 수상자”란 애칭으로 불렸다. 그가 수상 소감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위해 대회에 나왔다”고 밝히면서다. 수상 직후 무대 뒤편에서 만난 민씨는 “아버지가 폐암과 대장암 말기로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고, 의사소통이 많이 어려우신 상태”라며 “그래도 무대 전 TV조선 생중계를 봐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고 어안이 벙벙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울에서 태어난 민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목포에서 처음 소리길에 들어선 것도 “아버지 덕분”이었다. 아코디언, 신시사이저를 즐겨 연주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지만, 직접 그 길을 걷지 못 했던 아버지의 한이 딸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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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씨는 “건설업에 종사하시던 아버지가 목포에 내려가시면서 저도 남도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아버지는 제가 아기 때부터 시끄러울 정도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트였다며 처음부터 국악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하셨다”고 했다. 민씨는 이후 안애란·성우향 명창을 사사했고 중앙대 음악극과와 한국음악과를 거쳤다.
민씨는 예선 단계부터 강력한 우승자로 꼽혔고, 이날 임방울국악제 명창부 첫 도전 만에 1등을 차지했다. 2003년 이 대회 일반부에서 이미 최고상(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임방울국악제 관계자는 “이번 대회 예선 현장에서부터 민씨가 소리를 할 때 ‘너무 잘한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정작 민씨 스스로는 “너무 어려운 선곡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날 그에게 대통령상을 안긴 초경이경 대목은 춘향가 중에서도 난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느릿한 진양조 장단에 맞춰 최하성과 최상성을 두루 오가고, 바람과 부엉이 소리 등 각종 의성어와 의태어를 소화해야 한다. 민씨는 “그럼에도 성우향 스승님이 전수해주신 김세종제 춘향가의 호방한 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른 대목”이라며 “스승님이 능하셨던 더늠(소리꾼의 독창적인 해석)과 남성적인 아귀성(힘차게 내지르는 발성), 무엇보다 ‘산처럼 불러라’ 하셨던 당부를 준비 기간 내내 새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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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유산 ‘춘향가’ 이수자인 민씨는 국립창극단에 2013년부터 정식 단원으로 입단, 창극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1월 막을 올리는 ‘오이디푸스’를 비롯해 다양한 창극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민씨는 “판소리 자체가 1인 모노드라마인 만큼 이를 사실화한 창극 활동이 이번 대회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소리의 태나, 발림(신체 연기)을 꾸밀 때도 창극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순탄하기만 한 소리길은 아니었다. 민씨는 “20대 초반 공연을 앞두고 너무 소리를 지르다 목소리가 심하게 변형됐다. 여성도 변성기가 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소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그를 건져낸 건, “역설적으로 또다시 무대였다”고 했다. “무대에 올라갔더니 그간 쌓아온 연습 시간 덕분에 쉰 목으로도 거의 자동적으로 소리가 나오더라”며 “결국 정도는 연습이고, 연습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란 걸 다시금 새겼다”고 했다.
한때는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길거리 가요제, 가요 기획사 JYP 오디션에 지원하는 등 대중가요 가수를 꿈꿨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민씨는 “결국 판소리와 가수로 가는 길목에서 일정이 겹치면, 제겐 전자가 늘 우선순위였고, 이 길이 내 길이지 싶었다”며 “향후 ‘임방울국악제 대상이 아무나 타는 상은 아니구나’란 소리가 절로 나올 수 있게, 판소리에 대한 저만의 고집과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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